[책속의 지식] 민주주의의 시작은 ‘제비뽑기’
[책속의 지식] 민주주의의 시작은 ‘제비뽑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2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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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는 세계사> 구정은, 장은교, 남지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에브라함 링컨의 명언처럼 민주주의의 꽃은 역시 투표다. 그런데 선거 방식도 여러 가지다. 고대에는 '제비뽑기'로 일꾼을 선출했다.

<카페에서 읽는 세계사>(인물과사상사.2016)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발원지로 꼽히는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제비뽑기로 대표자를 뽑았다. 기원전 4~5세기 무렵 아테네의 정치·사회 기구는 민회와 500인 평의회, 민중 법원 행정직 등 4부분으로 구성됐다.

그중 민중회의 역할은 법안을 표결하고 고위직 공무원을 선출하는 역할을 했는데 모두 자원자로 꾸려져 민회에 모인 사람 중 제비뽑기로 선발해 500인 평의회를 구성했다. 지금으로 치면 입법부의 역할과 비슷하다.

민중 법원도 시민 중 제비뽑기로 무려 6,000명을 뽑아 구성했고 그날그날 재판을 담당하는 지금의 배심원제와 비슷하다. 행정직도 시민 중 제비뽑기로 뽑힌 약 600명의 공무원과 민회에서 뽑은 100명의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됐다. 지금의 행정부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 이들의 임기도 1년에 불과했고 재임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나라 살림에 참여해 평등을 구현하고자 한 것.

법과 정책을 만들고 판결을 내리는 사람을 모두 ‘우연’으로 뽑은 셈이다. 우리나라 인구수를 생각해봤을 때나 현대에 실현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원시적 선거제도로 보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공무원이나 대표자가 될 수 있고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했던 적합한 제도였을지도 모른다.

실제 제비뽑기는 금세 사라지지 않았다. 베네치아에서는 1268~1797년, 피렌체에서는 1328~1715년까지 방식과 비율의 차이만 있었지 주요 공직자를 뽑는 방법으로 제비뽑기를 사용했다. 2000년 이후에도 캐나다와 네덜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에서도 각 주에서 제비뽑기로 주민 대표를 뽑는 흥미로운 정치 실험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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