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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일이] 과거 냉면은 위험한 음식이었다?

기사승인 2017.07.27  1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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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훈의 식탐> 정재훈 지음 | 컬처그라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무더운 여름 살얼음이 뜬 냉면 한 그릇의 마력은 남다르다. 시원하고 들큼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은 사라졌던 입맛을 돋우는 여름철 대표 먹거리다. 그런데 이런 냉면이 한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위험한 과거가 있다.

1930년대만 해도 냉면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사람 수가 수백에 달했다. 1937년 한 해에만 508명이 냉면 중독으로 집계되었고 심지어 사망사고도 터졌다. 원인은 냉장시설이 부족했던 당시 환경과 냉면 반죽에 넣었던 가성 소다 때문이다.

메밀가루만 가지고는 응결력이 부족해 면이 쉽게 끊어지고 풀리는 문제가 생긴다. 반죽을 알칼리로 처리하면 면발이 잘 끊어지지 않고 삶을 때 풀리는 문제도 해결돼 쫄깃한 면발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알칼리로 처리한 면발은 거친 메밀면의 특성을 보완해 미끈한 식감을 더해 식용 소다인 탄산나트륨을 썼다.

문제는 냉면집 주인이 부식성이 강한 값싼 가성 소다인 수산화나트륨을 넣으면서부터다. 소다를 반죽에 넣다가 농도 조절에 실패라도 했다고 상상해보자. 강알칼리성 가성 소다가 사람들의 위에 가혹한 화상을 입힌 꼴이다. 사망에 이른 사람들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또 사용한 얼음도 문제였다. 당시 주로 썼던 얼음은 겨울에 한강 중류에 얼어붙은 얼음을 떠놓았다 사용했다. 이른바 천연빙으로 강물이 그대로 얼어붙은 것을 사용했으니 병균으로 인한 배탈은 예견된 셈이다.

탈 많았던 냉면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으며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의 현재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상상할 때 지금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재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졌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당장 무덥고 습한 날 앞에 놓인 시원한 냉면을 두고 지난해 수백 명이 냉면 때문에 식중독으로 고생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다. <정재훈의 식탐>(컬처그라퍼.2017)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저작권자 © 화이트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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