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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 낙태금지법이 오히려 산모와 아이를 죽였다

기사승인 2017.09.22  15: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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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낙태에 대한 찬반 토론은 단골 주제다. 작년 가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정안 발표가 ‘태아 생명권 대 임신부 자기결정권’으로 찬반 논란에 더 거센 불을 지폈다. 이런 논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낙태금지법을 시행한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일들이 우리에게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는 1966년을 시작으로 법안이 폐기되기까지 23년간 낙태금지법을 시행했다. 출산율 급감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강간이나 근친상간, 의학적으로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아이가 4명 이상이거나 산모 나이가 45세 이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시행 초기 4년 동안 여성 1인당 출산율은 2배 증가했다. 그러나 출산율 증가는 일시적이었을 뿐 다시 감소했다. 키우는 데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없던 탓이다. 낙태 수술이 가능한 거짓 진단명을 받거나 스스로 유산하기 위해 위험한 방법을 동원했고 출산율 높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마디로 낙태금지법은 저출산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또 고아원 등의 시설에서 자라나는 아이 수가 증가했다. 낙태금지법을 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지 못해서다. 경제적 지원, 스스로 동기의 부재 때문에 아이들은 방치됐고, 열악한 시설에서 아이들은 영양결핍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유아사망률 또한 늘어났다.

모성 사망비도 급증했다. 이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 이후 7일 이내 사망하는 여성의 숫자를 측정하는 지표로 불법 시술로 인한 합병증에 기인한 것이다. 매년 500여 명이 출혈과 감염으로 사망했다. 이는 주변 국가의 9배 가까운 수치다. 사회적 상처가 인간의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2017)이 전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현행법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가한다는 맥락에서 루마니아와 큰 차이가 없다. 과연, 한국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싶은 대목이다. 낙태 논란이 법적 금지라는 제도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만큼 당사자의 선택은 사라지고 강제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낙태금지법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 사회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의사결정과정에서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저작권자 © 화이트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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