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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 책] 시詩 깊이 있게 읽고 싶다면

기사승인 2017.10.11  15: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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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지음 | 삼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시(詩)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명징하게 읽고 싶다면 황현산 평론가의 시화집<우물에서 하늘 보기>(삼인.2017)를 추천한다.

몇 년 전 산문집 <밤은 선생이다>로 젊은 층의 이목을 끌었던 그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SNS로 활발한 소통을 할 정도로 세련됐다. 이런 면모는 문체에 고스란히 묻어나 시를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을 명징하게 풀어낸다. 때론 경험과 시를 잇대어 시에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낸다.

내용없는 아름다움처럼 // 가난한 아이에게 온 / 서양 나라에서 온 /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처럼 //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 진눈깨비처럼

김종삼의 짧은 시 ‘북치는 소년’이다. 저자는 흔히 미학주의자라 부르는 김종삼의 시야말로 현실적이라 말한다. 무슨 말일까. 한 지인이 겪은 일을 전하며 설명을 이어간다.

지인은 미국의 자선가들이 고아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의 몇 줄 사연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을 하던 중 한 구절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선물을 보내고 싶지만, 그게 네 손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아 그 대신 비싼 카드를 사서 보낸다.”라는 비수 같은 말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현실의 가혹함을 이중으로 줄 필요가 없어서 번역을 생략했다는 사연이다.

저자는 북치는 소년은 이 같은 현실의 억압을 시라는 예술의 그릇으로 담아낸 작품이라 전한다. 이어 예술가, 특히 시인의 공들인 작업을 ‘저 보이지 않는 삶을 이 보이는 삶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라 말한다.

그런가 하면 정지용 <유리창>, 김광균 <은수저>, 김현승의 <눈물>, 김종삼 <무슨 요일일까>와 <민간인>은 모두 죽은 아이를 위한 시다. 아들과 딸을 잃고 쓰거나 불행한 부모를 대신해 속절없이 쓴 시는 절망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비통함을 잊을까 두려워서라 덧붙였다.

이 밖에 이육사, 한용운, 윤극영, 서정주, 백석, 유치환, 김종삼, 김수영, 보들레르, 진이정, 최승자 등의 다양한 시편이라는 창을 통해 시와 삶을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한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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