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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일이] 일본 매년 자발적 ‘증발’ 8만 명

기사승인 2018.01.25  15: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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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증발> 레나 모제 지음 | 이주영 옮김 | 스테판 르멜 사진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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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일본에서 매년 실종되는 사람이 10만 명이며 그중 8만 명은 스스로 증발한다는 이상하고 충격적인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제목부터 긴장감을 부르는 <인간증발>(책세상.2017)에 따르면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진 일본에서는 매년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다. 매년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중 8만 5,000명 정도는 자발적 ‘증발’을 택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증발이란 자발적 실종상태를 말한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생면부지 지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들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 있다. 에도시대에는 범죄자들을 처형했던 곳이고, 도살장으로 사용되다 근래까지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의 섰던 지역, 산야(山谷)다.

그곳은 골목마다 쓰레기가 가득하고 지린내와 술 냄새가 진동한다. 택시기사들도 손님을 태우고 가기 꺼리는 곳이다. 왜 수많은 사람이 흔적을 지우고 음습한 곳으로 흘러 들어갈까. 왜 사회적 안정망 밖의 삶을 선택했을까.

일본의 기인한 현상을 5년간 추적한 저자는 실패를 수용하지 않는 압력밥솥 같은 일본의 사회풍토가 원인이라 했다. ‘체면’을 중시하고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도 기이 현상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전한다.

자발적 실종자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입시에 실패하거나 범죄 이력이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증발을 선택했다. 또 주식에 큰 손해를 보고 사라진 교사, 병든 어머니를 모텔에 버리고 도망친 아들, 어머니 매질을 피해 열두 살에 가출해 평생 죽은 사람처럼 살아온 남자 등 우리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사연이다.

책은 인간의 절망에서 비롯된 기이한 현상을 추적한 심층적인 르포이자 비평서다. 불현듯 시간차를 두고 일본의 사회현상이 우리에게도 벌어진다는 속설이 떠올라 두려움이 엄습한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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