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만드는 김명숙 작가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만드는 김명숙 작가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6.04.1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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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16일 대구 동원화랑 ‘색감의 정원’전
보색 대비 평면적 구조로 심리적 공간 구축
김명숙 작가

[화이트페이퍼=임채연 기자] 꽃은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바꾼다. 김명숙 작가의 작품앞에 서면 우리는 익숙한 실내를 보면서도 그것을 ‘거실’이라 부르기 어려워진다. 소파와 테이블, 조명과 액자...분명 일상의 사물들이 놓여 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온도와 리듬이 흐른다. 이 공간은 더 이상 기능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장으로 변해 있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색이다. 붉고 짙은 마젠타는 꽃의 색이라기보다, 화면 안에 응축된 어떤 숨결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피어오르는 감정의 형태이자, 내부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전경에 놓인 커다란 붉은 형상은 시선을 붙잡는 동시에, 마치 그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 색은 강렬하지만 거칠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그 곁에서 파랑과 노랑, 보라와 주황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화면을 흔들어 놓는다. 색들은 충돌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 긴장 속에서 공간은 정지하지 않고, 미세하게 살아 움직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음악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이 장면은 눈으로 보기보다 몸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을 지탱하는 것은 조용한 바탕이다. 연한 베이지와 하늘빛은 색들의 격렬함을 가라앉히며, 공간에 숨을 돌릴 여백을 남긴다. 그 위에서 색들은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한다. 화면은 결국 강렬함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을 놓치지 않는다. 형태 또한 단순하다.

김명숙 작가 작품

직선으로 이루어진 가구와 벽의 구조는 단단한 뼈대처럼 화면을 지탱하고, 그 위에 꽃의 유기적인 곡선이 흘러든다. 질서와 생명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미묘하게 스며든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균형을 마주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이 깊이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꽃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테이블과 소파는 그 뒤에 놓이며, 벽과 액자는 다시 그 너머에 있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거리 체계로 묶이지 않는다. 대신 겹쳐지고 포개지며, 하나의 층위를 만든다. 그 층위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감정이 쌓인 깊이에 가깝다.

화면 속 액자와 둥근 리스는 또 하나의 작은 세계를 열어 보인다.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놓이면서, 우리는 한 공간 안에서 여러 번 시선을 이동하게 된다. 그 반복 속에서 공간은 점점 밀도를 얻고, 단일한 장면을 넘어선다.

결국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꽃과 가구, 빛과 색....아주 평범한 것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들을 통해 하나의 상태를 만들어낸다. 복잡한 현실을 걷어내고, 감각만을 남긴 자리. 그곳에서 우리는 이유 없이 편안해지고, 설명 없이 머무르게 된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 또한 사라진다. 밖에서 피어났을 꽃들은 이제 안으로 들어와 공간 전체를 채우고, 그 공간은 더 이상 외부와 구분되지 않는다. 세계는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림들은 어떤 장면을 보여주기보다, 하나의 상태를 건넨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이해하기보다, 잠시 머문다. 김명숙 ‘색감의 정원’전이 5월 1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동원화랑에서 열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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